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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창작음악의 ‘오늘’을 말하다”
한국 창작음악의 현재를 다루는 비평지 『오늘의 작곡가 오늘의 작품』 24호가 발간되었다. 음악학자, 작곡가, 음악평론가로 구성된 모임 ‘오작’은 한국 창작음악의 현재를 기록하고 토론하는 장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매년 두 차례 이 잡지를 발간하고 있다.
『오늘의 작곡가 오늘의 작품』은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되, 지면의 성격과 기조,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을 꾸준히 하고 있다. 고민의 연장선에서 현장에 관한 문제의식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새로운 필자들을 모색해 왔다. 외부 필자들의 참여 비율이 높은 24호는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편집위원들 사이에서 공유된 문제의식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필자들이 중요하게 관찰하고 있는 현상을 오작에 담을 수 있었다.
24호에서는 처음으로 좌담 대신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매호 좌담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사안에 따라 가시화되기 어려운 목소리, 쉽게 누락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위계질서가 명백한 제도권의 단면을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번 【특집 설문】에서는 20~30대 작곡가를 대상으로 제도권,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과 작곡가로서의 경험을 익명으로 수집해 분석한 글을 실었다. 제도권에서 훈련받고 현장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진솔하면서도 비판적인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흐름과 진단】에는 주로 공적 기관의 영역과 민간의 영역이 교차하는 가운데 생성되는 고민을 담았다. ‘SEM네트워크’의 최근 활동을 짚으며 사회참여적 음악가에 대한 생각을 나눈 장한솔의 글을 시작으로, 부산 지역에서 창작 합창곡이 활성화되고 있는 경향을 분석한 백현주의 글을 실었다. 또한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즉흥음악과 관련된 시도를 다각도로 진단해 보기 위해 성수동에서 ‘게토얼라이브’라는 공간을 운영해 온 정지선의 생각을 들어 보았다. 이와 더불어 ‘아마씨’의 목소리를 통해 청년 여성 음악가의 현실을 그려낸 오하영의 글과 자본주의 속 전통예술계 연주자와 물신화의 문제를 다룬 전지영의 글도 함께 실었다.
【작가와 작품】은 작곡가를 조명하는 글뿐만 아니라 창작의 과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글로 채웠다. 조성우는 한국 근현대음악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갖는 작곡가 윤용하의 삶과 음악을 다루었고, 신수정은 전소정 작가의 비디오아트 <오버톤>에 작곡가로 참여한 과정을 풀어냈다. 성혜인은 2023년 여우락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이었던 타악 연주자 황민왕을 만나 개인 작업과 음악 세계를 들여다보았고, 신예슬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악기를 만들어 온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창작의 현장】에서는 2023년 창작의 흐름을 살펴보거나 국공립기관에서 진행한 굵직한 사업에 대한 리뷰가 주를 이루었다. 2023년 여름 주요 악단이 연주한 젊은 작곡가들의 오케스트라 창작곡을 리뷰한 윤무진의 글을 시작으로, 환경 이슈에 천착해 ‘앙상블 블랙’의 《Earth: The Colour of Trash》와 이문희 작곡 발표회 《재활용 협주곡》을 살펴본 정세담의 글, 서울돈화문국악당과 월드뮤직그룹 공명이 협업한 토크 콘서트를 바탕으로 기관의 역할을 짚은 이고운의 글을 차례로 실었다. 이어 박해진은 수림아트랩 신작지원 사업 퓨전국악극 <러닝타임>을 복기하며 예술가가 하는 시도의 당위와 설득력의 중요성을 피력했고, 백소망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국악관현악의 기원>을 되짚으며 앞으로 국악관현악의 시도와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유영주 <괴물소리: 갈라진 혀>와 리퀴드사운드 <초임계유체>를 토대로 사운드를 매개로 하는 실험을 분석한 이예지의 글을 실었다.
모임 ‘오작’은 올해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주체 사업에 3년 연속 지원을 받게 되어 또 다른 분기점을 맞이했다. 새로운 필자들과 연결되는 구심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오작의 활동 반경을 조금 더 넓혀 보려 한다. 비평지 발간을 비롯해 여러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은 현장 안팎에서 함께하는 음악가들과 독자들이다. 오늘의 작곡가 오늘의 작품 지면뿐만 아니라 연계된 프로젝트에도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
24호 목차
【특집 설문】
20~30대 작곡가들에게 묻다
【흐름과 진단】
장한솔 SEM네트워크가 상상하고 실천해온 음악가의 사회적 역할
백현주 민간 예술 단체들이 주도하는 부산 지역의 창작 합창음악
정지선 즉흥음악의 활성화와 공간의 역할
오하영 생존주의 시대 청년 여성 음악가로 산다는 것: ‘아마씨’로 살아남기
전지영 전통+음악+연주: 물신 그리고 약
【작가와 작품】
조성우 모두를 위한 노래: 작곡가 윤용하의 삶과 음악
신수정 사이 존재들이 만나 빚어낸 음악: 전소정 작가 비디오아트 <오버톤>의 협업 작업기
성혜인 타악 연주가 황민왕과의 대화
신예슬 악기 만드는 창작자들
【창작의 현장】
윤무진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들을 수 있을까? 2023년 여름의 오케스트라 창작곡 리뷰
정세담 도덕과 물성이 뒤엉켜 만들어진 소리들: 환경 문제를 다룬 ‘앙상블 블랙’과 이문희의 작곡 발표회
이고운 기관의 수행과 가능성에 대하여: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 프로젝트 《길, Tea,
Pleasure》
박해진 모두에 대한 모두의 과제: 퓨전국악극 <러닝타임> 단상
백소망 국악관현악의 기원(祈願)
이예지 연결하고 확장하는 사운드: 유영주 <괴물소리: 갈라진 혀>, 리퀴드사운드
<초임계유체>
편집위원 소개
【편집위원장】
이희경 / 음악연구자
【편집위원】
김지향 / 작곡가
라예송 / 작곡가
박민희 / 공연예술가, 음악가
백현주 / 작곡가
서정은 / 음악연구자
성혜인 / 음악비평가
신예슬 / 음악비평가
전지영 / 음악비평가
최애경 / 음악연구자
최우정 / 작곡가
최유준 / 음악비평가
【고문】
김춘미 / 음악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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