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통해 선율과 리듬을 듣는 에세이 콘서트
음악 애호가가 들려주는 쉽고 재미있는 클래식 이야기
누구나 한 가지 정도는 좋아하는 게 있다. 어떤 이는 스포츠를, 어떤 이는 영화를, 어떤 이는 사진을…….
필자에게 그것은 음악이다. 음악 애호가인 친척 덕분에 어릴 적부터 만지작거리던 레코드의 겉표지와
거기에 찍힌 연주가들의 얼굴들, 축음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갖가지 음곡들에 매료된 이래,
평생 동안 수많은 음반들을 듣고 수집하며 음악의 즐거움을 누리고 살아온, 문자 그대로
“순수한 음악 애호가”인 필자는 음악에 감사하며 자신이 경험한 음악의 혜택을 나누고자 이 책을 집필하였다.
서점에 가 보면 클래식 입문자들을 위한 책이 무수히 많다.
음악을 전공한 전문가들 혹은 음악 애호가들이 집필한 많은 클래식 교양서들의 구성을 보면
음악사의 흐름에 따라 음악가와 그의 작품에 대한 이론적이고 피상적인 서술이 주를 이루어 지루하고 어려운,
“클래식의 고리타분함”을 느끼기 십상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작곡가의 작품을 필자 임의로 선정하여
아무런 연계 없는 에피소드들이 나열되어 있어 클래식 음악 혹은 음악가들을 통찰력 있게 아우르기 힘들다.
인문학과 사회과학, 음악, 미술 등 예술에 관한 많은 서책을 독파하였고,
세계 영화사에서 거론되는 무성영화 시기부터 1960년대에 이르는 명화들을 거의 다 보았으며,
클래식 음악은 물론 장르를 망라한 방대한 수의 음악을 듣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
필자의 열정과 노력의 바탕 위에서 음악에 대한 사랑 하나만으로 이룩된 필자의 지식이 묻어난 글과
소박하지만 흡인력 강한 필력은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이 책은 모차르트부터 딜리어스까지 우리가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서양의 고전 음악사를 빛낸
클래식 작곡가 15명의 이야기를 문학의 옷을 입혀 보여준다. 필자 자신이 경험했던 특별한 음악들과의 만남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내며 독자들을 자신이 경험했던 세계로 초대하고 그것을 공유하게 한다.
그리고 그 경험과 더불어 독자의 이해를 더욱 쉽게 하기 위해 간간이 필자가 상상하여 써 넣은 대화들과 시를 통해
그 음악을 쓴 작곡가의 삶 속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 작곡가 바로 옆에 서서
그의 생을 함께 살아가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탄탄한 구성을 갖춘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한 작곡가를 이해하게 되고, 소설 한 권을 다 읽었을 때와 같은 느낌을 갖게 하여
다른 작곡가들에 대해서도 알고 싶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가진 마법과 같은 힘이다. 즉, 소위 고급문화로 각인된 클래식 음악의 딱딱함을 집어 던지고,
각 작품에 얽힌 필자의 진솔한 경험을 덧대어 누구나 쉽게 클래식에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게다가 책 뒤에 첨부된 CD는 이 책이 소개하는 작곡가들의 작품 중에서 우리가 잘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곡들의 음원을 담고 있어 눈으로만 읽는 차원을 넘어 귀로 들으면서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공감각의 경지로 우리를 이끌어준다.
음악에 관심은 있었지만 왠지 다가가기 어려워 방법을 찾고 있던 독자들에게 그저 음악이 좋아서,
그것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소리 안에 감추어진 이야기들을 부담 없이
쉽고 편안하게 풀어내는 애호가의 글은 딱 필요한 해답이 될 것이다.
『혼을 깨우는 음악』에 담지 못한 작곡가들의 이야기와 푸치니, 베르디, 바그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글이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책 속으로
‘시간은 공간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시간이 움직이지 않는 공간 속에 녹아들어 정지된다는 뜻이다.
즉 ‘순간의 영원’인 셈으로 그것이 음악이다.
따라서 누구나 그것을 즐기는 동안에는 무한대의 시간과 무아경의 공간을 체험한다.
음악은 그림이나 조각처럼 눈만 동원하는 게 아니다.
그걸 듣는 이는 온몸을 뒤덮는 악음(樂音)의 여파로 오감까지 동원한다.
나아가 멜로디로 마음의 날개를 달아 도취 속에 훨훨 날아다니기까지 한다.
뇌에서 행복감을 주는 도파민이 늘어나는 탓이다.
그 점에서 음악 감상은 현실의 시간대에서 유토피아로 이끄는 길잡이다.
―머리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