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틈틈이 써 오던 것이 어느새 마지막 곡에 이르게 되었다.
쉽진 않았지만 그래도 즐거운 작업이었다.
우리도 '연가곡집'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왜 한국가곡이어야 하는가? 그 대답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노랫말', 즉 가사에 있다. '시(詩)' 또는 언어가 갖는 뉘앙스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절반의 감상에 그칠 수밖에 없다. 가곡이나 오페라, 합창곡 등 어떠한 종류의 성악곡이든
음악 이전에 '시'가 있고, 음악은 시와 같은 방향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한국 가곡은 선율위주의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부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원래 한국의 음악적 전통은 직업 음악가의 연주를 감상하기 보다는
직접 연주 행위에 참여해서 즐기는 것이었다. 실제로 우리는 노래를 감상하기 보다 부르기를
더 좋아하지 않는가?
하지만 이 연가곡집은 독일의 리트(Lied)같은 예술가곡 형식으로 쓰여졌다.
즉, 감상 위주로 작곡되었따는 것인데, 이는 노래는 성악가가, 피아노는 피아니스트가,
그리고 감상은 청중의 몫이라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피아노가 단순한 반주의 역할이 아니라
성악 선율과 동등하게 취급하고, 또한 화성이 주는 수직적 입체감도 감상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특별히 어렵게 생각할 것은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음악은 그저 들리는 데로 들으면 그 뿐이니까...
이 곡집의 원 제목은 도종환 님의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이다.
"낙화"는 그 중의 두 번째 곡명인데, 원제가 너무 길고, 또한 "낙화"라는 제목이
전체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듯 해서 그렇게 정한 것이다. 참고로 "낙화"의
첫 구절이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이다.
도종환 님의 시(詩) 언어는 너무도 아름다워서 우리에게 가슴 저미는 아픔의 감동을 준다.
처음엔 과연 이렇게 곱게 빚어진 시어(詩語)들을 음악적 선율에 담았을 때
오히려 시의 감동을 해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많았다. 하지만 음악적 언어와
시 언어가 일치하게 하려고 최선을 다했고, 시와 음악의 만남으로
또 다른 새로운 감동의 세계가 펼쳐질 것을 확신한다.
- 2001년 6월 김경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