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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와 촌할아비

(마당놀이음악극)

이순교 각본

이순교 작곡


 

  <<출연인물>>

*월태(촌할아비1);이 극을 이끌고 갈 주인공.(연극배우)[

*범성(시인);시장에서 주막을 운영하는 새댁(재련)의 남편이며, 낮에는 재련을 돕고 밤에는 시를 씀.(Ten)

*재련(새댁);범성을 사랑하여 집안의 극심한 반대로 범성과 사랑의 도피를 하여 힘들 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음.(Sop)

*병만(촌할아비2);월태의 친구이며 홀아비, 순두부댁을 짝사랑하며 철수의 앙숙.(Bar)

*철수(촌할아비3);월태의 친구이며 병만의 앙숙.(Bar)

*순두부댁;월태의 고향친구이며 죽은 남편을 아직도 사랑함.

*새댁의 아버지;부자이며 범성을 미워함.(연극배우)

*할멈;월태의 부인, 목소리만 나옴.

*그 외의 여러 역할이 있으나 1인2~3역으로 가능.(연출의 융통성)

서주

범성과 재련의2중창;가을의 기도

김현승 시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해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재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오직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1막-

(캄캄하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풀벌레소리만 요란함)

월태; 어이, 자네!! 여름도 지나고 염소도 통통하게 살쩠승게, 낼은 장에 가서 팔고 올라네.

자네도 같이 갈랑가?

가서 짜장면도 한 그릇 먹고 말이여.

할멈; 근디...난 고추도 따야 허고 할 일이 많은게, 당신이나 다녀오시오잉?

(불이 켜지고 월태가 염소를 이끌고 나타난다)

 

합창;염소와 촌할아비1

조월태 시 이순교 각색

 

강경장터 오거리통 염소 한 마리 끌려가고 있네

촌할아비 미안하여 엉큼하게 뒷짐 진 손줄에 염소 한 마리 끌려 가고있네

(음메... 음메.....)

촌할아비 한숨지며 머뭇머뭇 땅을 보고

촌할아비 한숨지며 하늘을 바라본 후

그 줄은 슬그머니 다른 사람의 손에 넘겨졌다네

 

(대사1;골라 골라 골라 골라!

대사2;뻥이요~~~뻥~~~)

강경장터

새우젓 명란젓 오징어젓 멸치젓 조개젓 어리굴젓 창란젓

(역할1; 이거...오천원에 줄라오?

역할2; 그럼...밑진당게~~)

토하젓

(역할3; 성!! 뭣하러 왔소?

역할4; 응~ 그냥 와 봤당게)

꼴뚜기젓

(역할5; 어이...한 개만 더 줘봐!!)

역할6; 앗따 할마시 땀시 미쳐 부러것네!! 아야 그냥 가져가시오 이잉? 에이 참!!)

낙지젓

(역할7; 어이!! 병만이 나왔는가~?

역할8; 예~ 월태형님도 안녕하셨어라우?)

멍게젓

(월태; 나야 뭐 항시 그렇제..)

아가미젓

(역할9; 새우젓 좀 주시오)

(역할10;마수라 많이 준게 다음에 또 오쇼... 이잉?)

성게젓 갈치젓 황석어젓

(역할11; 다섯 개 천원 이라우~)

(역할12; 뜨건 놈으로 골라 주쇼..이잉?)

소라젓 한치젓 갈치

(역할13;아! 이봐!! 여긴 원래 내 자리여!!)

(역할14; 먼저 자리잡은 게 임자지 임자가 따로 있는가?!

(역할15; 아! 왜들이려!!조금씩 양보혀~~)

개불젓 자리젓 까나리젓

(역할16; 칼 갈어유~~~)

새화젓 순태젓 멸치액젓

(역할17; 뜨끈뜨끈한 순두부여~~)

새우오 새우육 새우추젓

(역할18; 시방 삶은 뜨건 족발 있어유~~씨원한 탁배기 한 사발썩 먹구 가유~~)

청어알 자리돔전어밤젓

(역할19; 자~ 떨이요 떨이~~~)

뎃대기 꽃게장 백명란젓

(역할20; 울렁 울렁 울렁도 호박엿이 왔어유~~)

가리비 바지락 밴댕이젓

(역할21; 싼게~~ 어서들 골라 봐유우~~ 무조건 오천원!)

새우젓 명란젓 오징어젓

(역할22; 씽씽헌 고등어가 두 마리에 단돈 삼천원~~!!)

멸치젓 조개젓 어리굴젓 창란젓

(역할23; 애기들은 가라이? 일단 한 번 잡숴봐 끝내준당게에~~~

낼 아침 반찬이 화악 달라져버린당게)

토하젓

(역할24; 뻥이요~ 뻥~~!)

꼴뚜기젓

(1~24 모든 역할 동시에)

(역할25; 오라버니~~~!)

(1~24 모든 역할 동시에)

(역할25; 오라버니~~~!)

(1~24 모든 역할 동시에)

(역할25; 오라버니 약주 한 잔 하고 가셔야제?)

강경장터 촌할아비!

 

병만,철수; 어이! 월태 염소 값은 제대로 받았는가~?

밥 한 끼 사더라고~

월태; 그려 오늘 먹더라고~~

병만; 아! 그럼 난 비빔밥 먹을쳐!!

 

병만의 독창;비빔밥

이순교 사

 

비벼 비벼 비벼

둥글 둥글 둥글 맛있는 비빔밥 쓱싹 비벼

빙글 빙글 빙글 맛있는 비빔밥 쓱싹 비벼

매콤한 고추장 한 숫깔

고소한 참기름 졸졸졸

맛깔난 갖은 나물 위에 계란후라이 하나 톡!

비벼 비벼 비벼

비빔밥 많이 드시고 건강하세요!

비벼!

 

철수;난 구수한 된장찌개 먹고 싶은디~

 

철수의 독창;된장찌개

이순교 사

 

뚝배기에 보글보글 뽀글

된장찌개 지글지글 찌글

구수하게 보글보글 뽀글 보글 지글지글 끓는다

풋고추 송송송 썰고

애호박 송송송 썰고

손두부 송송송 썰어 넣고서

보글보글 뽀글 지글지글 찌글 끓는다

구수한 맛 나고요 감칠맛도 나고요

자꾸만 손이 가네요

보글보글 뽀글 지글지글 찌글 구수한 감칠맛

된장찌개

 

철수;(관중을 향해 )여러분! 된장찌개가 좋지유?(박수유도)

병만;(관중을 향해) 여러분! 비빔밥이 더 좋지라우?(박수유도)

월태; 아! 지랄들 하고 자빠졌네~난 짜장면 먹을랑게 알아서들 혀~

병만; 그럼~~ 별 수 없지 뭐

철수; 그런디 짜장면이 아니라 자장면이 맞는 거 아녀?

월태; 개뿔이나!! 짜장면이 짜장면이지 왠 자장면? 그 말이 그 말이지 웬 지랄들이여?

         그라믄... 짱뽕도 짬뽕이지 잠봉인감? 자장가가 맞지 짜장자가 맞는것이여?

         누가 뭐래도 난 짜장면 먹을랑게!!

         야!! 니들은 자장면 먹으러 가든가~

병만,철수; 아녀!! 아녀!! 우리도 짜장면 먹을쳐!! (애교 떨며 코믹하게)

 

병만,철수의 중창;짜장면

조월태 시

 

짜짜라자짜 짜장면

떠엉 떠덩 떵 길모퉁이 휘돌아 메아리져 울리던 소리

칙 칙 지글지글지글 주방장아저씨 짜장볶던 소리

후루룩 쉬업첩 짭짭짭

동네어린이들 붉은 코 적시며 짜장면 먹던 소리

동네아줌마들 곗돈 거두면서 짜장면 먹던 소리

동네 아저씨들 고량주 마시며 짜장면 먹던 소리

그 소리 그 맛 그 이름 찾아 주세요

짜짜라자짜 짜장면

 

(낭독; 막내삼촌이 말씀하셨죠. 어렸을 적 배 아파 밤새 토하고도 자는 척 실눈 뜨고 가장 먹고 싶었던 것 짭짤 달콤한 짜장면 한 그릇 꾀병처럼 배가 안 아팠데요)

(아이; 아부지 짜장면 먹고 싶은 디~~~!)

(아버지; 오냐 아빠 돈 벌어 오면 실컷 사줄게!)

돈 벌러 나가신 아버지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고

(고참; 김 이병!! 첫 휴가 나가면 뭣부터 할랑가?)

(김 이병; 예! 짜장면 실컷 먹겠습니다)

휴가 간 짜장면 대신 그 맛 이상한 유니 자장면을 먹었다네요

그때 그 시절 아이들 다 큰 어른이 되었어도 몸 아프면 지금도 그 짜장면을 찾는 다네요

 

짜짜라자짜 짜장면

(낭독; 할아버지도 말씀하셨죠)

(할아버지; 얘야 조국의 짜장면을 잊지 말거라. 짜장면은 아리랑이란다.)

짜장면은 아리랑이란다

아리랑 애환 아라리 기쁨

아리아리 추억 스리스리 사랑 아리랑~~ 조국의 전설이 서려 있데요)

 

자장가가 짜장가가 아니듯

짜장면은 자장면이 아니라오

짜짜라자짜 짜장면

그이름 다시 돌려주세요

짜장면!

 

(월태,병만,철수 주막집으로 감)

 

월태; 어이! 이쁜 색시!! 우리가 왔소!!

재련; 어르신들 오셨어요!

월태; 오늘 염소도 팔아 돈이 많응게 내가 크게 한턱 냄세.

해물파전이랑...도토리묵허고...막걸리 좀 주시지라우?

범성; 어르신들 오셨습니까? (의례적인 인사들을 나눌 때 순두부댁 등장)

월태; 오우 순두부댁 왔는감. 오늘도 장사 빨리 끝냈구먼

순두부댁; 나안 말이여... 하루에 딱 100그릇만 파니께 빨리 끝나제...

병만; 맞어어...순두부댁의 순두부 찌개 솜씨가 워낙 좋응게 후딱 팔리지라

순두부댁; 그건 그려

 

순두부댁의 독창; 순두부

이순교사

 

수수수수수수 순두부 보들보들

수수수수수수 순두부 야들야들

매콤한 고추기름 둘러요

잘게 썬 돼지고기 볶아요

싱싱한 바지락을 넣어요

순두부 끓는 물에 넣어요

계란 퐁 실파 숑숑

뽀뽀글 찌글찌글

호호호(후후후) 불며 먹자

입천장 데면 까져

푸딩보다 부드럽고

고소매콤(깔끔하고) 오묘한 맛

수수수수수수 순두부 찌개찌개

수수수수수수 순두부 찌개찌개

어머니의 품속같이

부드럽고 따듯한

순두부

 

병만; 순두부댁 이제 아이들도 다 여의어서 서로 적적하니 우리 이제 합치면 안 되겄는가?

순두부댁; 내게 마음 써 주는 건 참말로 고맙구먼...하지만 아직 아이들 애비가 눈에 밟혀서 말                이여...

월태; 순두부댁의 남편도 우리와 부랄친구였제! 참 착하고 성실했는디 그만 몹쓸 병에 걸려

         부러서...봄이면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토방에서 소꿉놀이를 허고, 여름이면 조기 저

         앞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놀았제...지금은 복개되어 차들이 달리고 있지만 말이 여.

         아 가을이면 추수가 끝난 논밭에서 딱지치기며 자치기를 하며 해 저무는지도 모르고

         신나게 놀았구먼... 지금은 아파트가 꽉 들어차 부렀지만 말이여. 겨울에 눈이 오면 저기

         저 뒷 산에서 토끼몰이도 했제, 지금은 시커먼 연기를 내품는 화학공장이 들어서 있지만

         말여. 옛날 그 시절 맑고 깨끗한 물과 공기를 언제나 되찾을 수 있을지...

 

순두부댁의 독창과 합창; 우리 놀이터

박대성 시

 

뒷마루 토방은 우리 놀이터

소꿉장난 할 때는 꼭 놀지요

동네 아이들 모두 모여서

사금파리 주어다 솥단지 걸고

마른 흙 모아서 밥을 하고요

봄나물 뜯어다 반찬 만들어

이웃끼리 골고루 나눠먹어요

 

냇가 다리 밑은 우리 놀이터

비가 오고 난 뒤엔 꼭 놀지요

동네 아이들 모두 모여서

대소쿠리 가져와 휘휘 저으면

검정고무신에 가득하지요

미꾸라지 잡아서 구워 먹어요

솔개들이 빙빙 돌며 입맛 다시죠

 

마을 어귀 논바닥은 우리 놀이터

추수가 끝난 뒤엔 꼭 놀지요

동네 아이들 모두 모여서

말뚝박기놀이도 신이 나고요

딱지치기 자치기 재미있어요

해가 서산에 걸릴 때까지

고추잠자리 빙빙 같이 놀지요

 

앞동산 뒷동산은 우리 놀이터

눈이 온 날에는 꼭 놀지요

아이들 어른들 모두 모여서

워워 소리 지르며

꿩들이 훨훨 날아가고요

토끼들이 후다닥 도망가지요

눈 오는 겨울날이 생각납니다

 

범성; 자 해물파전과 도토리묵 나왔습니다

월태; 자 한 잔들 하세. 아! 시인선생도 한 잔 하셔야제?

         자~ 위하여!( 즐거운 술자리 풍경)

월태; 시인 선생 오늘은 또 어떤 시를 들려주실라요?

         술 한 잔 혔으니 술값은 허셔야제?

범성; 예! 당연히 술값을 해야지요 . 오늘 시의 제목은 <자오련>입니다

월태; 자오련? 그게 무슨 뜻이여?

범성; 예, <자오련>이란 연꽃의 다른 말입니다. 태양을 품고 한낮에 활짝 피어서 자오련이라

         하고, 밤이면 활짝 피었던 잎을 오므리고 잔다고 하여 수련이라 합니다.

         흔히들 수련의 수자를 물 水자로 알고 있지만 잘 睡자를 쓰니까... 말하자면 잠자는 연꽃

         이라고나 할까요?  수련은 향기가 아주 그윽하지요. 외람되지만... 제 집사람 이름이 재련

         이어서 집사람을 의미하는 <자오련>이란 시를 지어봤습니다.

월태; 아따! 기대 되는구먼. 자! 우리 시인 양반이 시를 읊은게 다들 조용히들 혀봐..쉬~~!!

         (범성에게 준비 되었다는 신호를 한다)

 

범성의 독창;자오련

김범성 시

 

한 낮의 찬란한 태양을 그리는

연분홍 잎새 청순한 마음 담아

정결함을 꽃피워 내누나

참으로 아름다운 나의 로투스

사랑스런 나의 자오련 (내 사랑)

 

그대

사랑(순종)의 열매

영원하라!

 

월태; 조온네!!! 아! 각시를 사랑하는 마음이 징허게 잘 나타나 있구만 .

        각시는 좋겠네. 이렇게 착하고 자기를 사랑해 주는 남자와 늘 같이 있응게 말이여.

        각시도 그냥 있으면 안되제.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고 답은 해줘야 할 것 아닌가?

        아~~안그런가?(친구들을 향하여)

병만,철수; 아! 두 말 허면 잔소리제!

 

재련의 독창;연

오병만 시

 

한 줄기 빛이 그리워

운명의 두 영혼 비추이는

고통과 시련과 행복도 정교한 무늬와 색채로 하나 되네

운명의 빛이여 존재여 그대와 나 하나 되어 노래한 구원이여

오! 내 열정 오! 내 열망

내 영혼의 빛이여

 

그대의 숨결 스미어

시공을 넘어 요동치는

맥박과 정열과 욕망도 무디어 고요와 평온으로 가득 하네

침묵의 종소리 외침이여 그대와 나 하나 되어 갈망한 연민(사랑)이여

오! 내 열정 오! 내 열망

내 영혼의 소리여

 

범성과 재련의 중창;나의 사랑

이순교 사

 

사랑 나의 사랑 기쁨 나의 기쁨 소망 나의 소망 아름다운 영혼

사랑 나의 사랑 기쁨 나의 기쁨 운명 나의 운명 영원한 나의 사랑

거센 바람이 휘몰아쳐도 산같은 파도가 몰려와도

변함 없는 우리 사랑 우리의 사랑

영원히 변치 않을

사랑 나의 사랑 기쁨 나의 기쁨 운명 나의 운명 영원한 나의 사랑

영원한 나의 사랑

 

; 워매! 워매! 워~매! 죽여주네에~~.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들도 드물 것이여!!

         어이!! 이때 한 잔들 안 허고 언제들 허는가?

         사랑을 위하여!! (다들 맛나게 술을 들이킨다)

철수; 아!! 참말로 술맛이 꿀맛이구먼. 근디...난 말이여... 전번에 시래기 무친 것을 참말로

         맛나게 먹었당게!!  새댁!! 된장에 버무린 시래기 좀 줘봐유!!

병만; 술맛은 술맛 이어야제 웬 꿀맛이여? 새댁은 김치 솜씨가 더 일품이여~~

         새댁~~ 김치 좀 줄랑가?

철수; 아~~시래기가 더 좋당게!!

 

병만의 독창;시래기

박대성 시 이순교 각색

 

전라도 산골짝 어느 마을

수줍고 따스한 실바람이

수정빛 고드름 지팡이로 초가지붕 무겁게 이고서

긴 긴 겨울을 보냈다는 전설이 있었네

감자 고구마 삶은 점심녘

배고픈 강아지 짖어대고

따스한 햇살에 눈 녹으며

짱구네 할매 마실 오실 때

짱구할매와 함께 묻혀온

덜 마른 시래기

 

설캉에도 달려있고

장독대 보이는 뒷 문 창살 옆에도 달려있고

간 가는 길 옆 잿간 담잔 위에도 널려있고

바람에 나부끼며 아직도 내맘에 널려있어요

 

된장에 버무린 시래기 맛이 좋아

시래기 먹는 날은 훨 훨

가오르연처럼 높이

날고 싶어라!

 

병만; 아아녀! 김치가 더 좋당게에!!

 

철수의 독창;김치

조월태 시

 

김치 매콤한 김치, 김치 짭짤한 김치

사랑 가득 담긴 깊고도 깊은 어머니의 맛 고향의 맛

김치 새콤한 김치, 김치 개운한 김치

푸른색 붉은색 노란색 하얀색 연갈색

코리안 효소 미네랄 김치

 

백김치 파김치 갓김치 동치미 오이소박이 김치

깍두기 박김치 것절이 동치미 얼갈이김치 김치

슴바귀 양배추 고춧잎김치시금치 풋고추 민들레김치

도라지 미나리김치

김치 코리안 김치 김치 김치!

겨울이면 동치미에 국수 말아먹세

배추김치 부추김치 총각김치 열무김치

 

봄날이면 사각사각 총각김치 먹세

나박김치 포기김치 보쌈김치 동아김치 김치! 김치!

 

깊고 깊은 사랑 가득 담긴 고향의 맛

깊고 깊은 사랑 가득 담긴 어머니의 맛

 

여름이면 묵은지로 김치찌개 끓여 먹세

순무김치 가지김치 우엉김치 숙깍두기김치

가을이면 겉절이에 막걸리 한 사발 하세

깻잎김치 콩잎김치 호박김치 무섞박지 김치! 김치!

김치 코리안 김치 김치 김치!!!

 

병만; (객석을 향해) 여러분! 김치가 더 조쵸? (박수유도)

철수; (객석을 향해) 아녀!! 여러분! 시래기가 더 조쵸? (박수유도)

 

월태; 아따! 지랄들 허고 있네에...

         새댁~~그럴 거 뭐 있어!! 둘 다 줘 봐 이잉? (애교스럽고도 코믹하게)

재련; 네! 둘 다 드려야지요.  많이들 드세요.

         시래기 나와라 뚝딱! (코믹하게) 자! 시래기 나왔습니다! (얌전하게)

         김치 나와라 뚝딱! (코믹하게) 자! 김치 나왔습니다! (얌전하게) 많이들 드세요!

병만; 야아! 시래기가 참말로 맛나구마 이잉?

철수; 야아! 김치가 겁나게 맛나구먼 이잉?

월태; 난 둘 다 맛나구만~~. 안주도 맛나고, 분위기도 맛나고,

         커어! 막걸리 맛도 끝내주누만!!.

 

합창;막걸리 찬가

 

마시자! 마시자! 마시자!

더 코리안 막걸리 마시자!

더 그레이트 막걸리 마시자!

-2막-

 

(촌할아비들과 범성이 이런 저런 몸짓을 하며, 이야기를 하지만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재련도 잡다한 일을 하고 있으나 조용한 가운데 갑자기 천둥치듯 요란하게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재련의 아버지가 험악한 표정으로 등장한다.)

새댁의 아버지; 아니! 재련이 너 이렇게 살고 있었더냐?

범성; (놀라며) 장인어른 오셨습니까?

새댁의 아버지; 야! 이놈아! 누가 니 장인이냐? 이 나쁜 놈 같으니라구!

                        둘이서 도망가서 살려면 잘 살아야지 사는 게 이게 무슨 꼴이냐?

                        아이구 내 팔자야. 너희 둘은 짝이 아니라고 내가 그렇게 말렸는데, 곱게 키운

                        재련이를 니놈이 꼬득여서 이렇게 거지꼴로 살게 만들어?!

                        이 나쁜 놈! 재련이 너 당장 짐 싸거라! 당장 나와 함께 집으로 가자.

재련; 아버지 죄송하지만 전 지금이 행복해요. 범성씨가 저를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주니

         너무나 행복해요. 그러니 그냥 돌아가세요. 나중 아버지 화 풀리시면 범성씨와 함께

         찾아가 뵐게요.

새댁의 아버지; 범성이 너 이놈! 재련이를 아주 단단히 세뇌시켜 놨구나!!

                       이 나쁜 놈! 부모도 없이 고아로 자란 주제에!!

                       어디 감히 귀하게 키운 내 딸 재련이를 넘봐!!

                       재련이는 앞으로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살 수 있으니 너만 사라져주면 돼!!

                       너 우리 집 재산보고 재련이를 꼬신 거지? 이 나쁜 놈아!!

                       그래!! 얼마를 주면 재련이에게서 떨어져 나갈래?

                       니가 원하는 것은 재련이가 아니라 돈이잖아?

                       어디로 콱 사라져 버리던가 꽥 되져버렸음 속이 시원하겠다!! 이놈아!!

월태; 아니 남의 집안 일인 거 같아 참을라고 했는디 이거 해도 너무 하는 거 아녀?

         이러코롬 착하고 순수한 우리 시인선상을 고로코롬 욕해도 되는겨?

         낮에는 각시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힘든 일 안시킬라고 애쓰고, 밤에는 열심 히

         시 써서 무식한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착한 시인 선상을 욕하다니!!

         아무리 새댁아버지라 해도 못 참겠구만!!  뭣시여? 돈 많고 직장 좋다고 행복한 것이여?

         시인 양반처럼 각시를 아껴주며 사랑하며 사는 것이 행복이제!!

         이 시장통의 모든 사람들이 이 두사람을 잉꼬부부라고 얼매나 부러워 하는디...

         (객석을 향하여) 여러분 돈이 많다고 행복한겨? (아니라는 말을 유도한다)

         자!! 봐!! 보더라고!! 다 아니라고 허자너?!

         당신 당장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 버릴껴!! 싸게 가더라고!!

새댁의 아버지; 이번엔 순순히 물러나주겠다!! 하지만, 다음에 왔을 때 범성이 너 이놈!!

                       계속 여기에 있다면 가만히 안 두겠어.

                       (월태가 위협의 몸짓을 하자 도망치듯 사라진다)

범성; (말없이 하늘만 바라본다. 주위 사람들은 범성이 염려되어 바라본다)

 

범성의 독창;수련꽃향수

조월태 시

 

나 죽으면

무덤 앞 댓돌 위에

수련꽃향수 한 병 놓아다오

 

수풀 무성한 여름이면 향을 맡고 모여든 풀벌레소리

별들처럼 쏟아져 외롭지 않을 것이네

초겨울 찬 비 내리는 날 낙엽 한 장 떨어지며

작은 바람이 내 무덤 스쳐지나갈 때면

생전에 그립던 그대가

다녀간 것으로 알겠네

 

그 향기 봄날 같이

향기로울 것이네

 

월태; 시인양반!! 너무 걱정허지 말어어...사램이 살다보면 늘상 행복한 것만은 아니자너?

         아~~자네에게는 사랑하는 각시가 있자녀? 아따...새댁!! 뭔 말이든 좀 해봐아!!

 

재련의 독창;영원한 사랑

이순교 사

 

영원히 끝날 수 없는 우리의 사랑

한 송이 들국화같이 순수한 당신이기에

님이여 내 님이여 영원히 사랑하고픈 내 님이여

가까운 두 뿌리 한 가지로 내 품에 안긴 당신은

하늘이 주신 선물이겠지요

당신을 보고 있으면 서러움이 내 가슴 속에 스며드누나

어찌할 수 없는 이 내 맘의 눈물

당신이 이제는 거두어주세요

오직 당신에게 향한 내 마음에

숨결을 불어넣어주세요

한 가지에 열린 분홓 빛 사랑

또 한 가지에 맺힌 진주 빛 이슬

우리는 영원히 한 가지로 살아갈 기쁨 속에 슬픈 영혼

사랑이여 질투여

행복한 미소로 분노의 눈물로 얼룩진 당신을 악마를 천사를

오래 오래 사랑 하겠습니다

사랑

영원한 사랑

 

(노래의 마지막 부분을 범성과 재련이 손잡고 함께 노래함)

 

월태; 그려~그려~ 그래야제~!. 시인양반과 새댁은 천생연분이랑게!!

참말로 보기 좋구마안...

자! 인제 막걸리 한 사발 썩 혀야제?

두 사람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합창;막걸리

조월태 시

 

땅의 술

사람의 술

하늘의 술

쌀 강 하늘 바람의 술 막걸리

막걸리 마시자!

힘든 날 슬픈 날 비오는 날 우울한 날 막걸리

막걸리 마시자!

기쁜 날 좋은 날 우정과 사랑 퍼주는 막걸리

코리안의 애환 녹아있는 술

코리안의 기쁨 녹아있는 술 막걸리

막걸리 마시자!

힘든 날 슬픈 날 님 떠난 날 그리운 날 막걸리

막걸리 마시자!

기쁜 날 좋은 날 대포만한 잔에 따라 마시자

 

막걸리 마시자!

뽀르르 숨을 쉬며 익어가는

막걸리 마시자!

뽀르르 뽀르르 술항아리 익어가네

막걸리 항아리 등짐 지워 옛 벗 찾아가세

정든 님 오시면 막걸리 먹여 붙잡아두세

예야 막걸리 두어 되 받아오거라

주전자 달랑 주조장 달려 갔네

막걸리도가엔 막걸리 뽀르르

새콤한 향기 취했었네

아빠 몰래 마신 술에 아인 취했네

아빠 몰래 홀짝홀짝 맛 본 술에 아인 취했다네

사서 마시는 술 아니었다네

퍼주면 외상 긁고 받아오는 것이었다네

주모가 퍼주면 퍼주는대로

농사 힘들 때 퍼마시던 술

정든 님아 막 떠나지마오 걸려 넘어지면 발병나오

막걸리 마시고 카! 하!

내 곁에 쉬었다 가시오 카! 하!

 

마시자 마시자 마시자

더 코리안 막걸리 막걸리 마시자

더 그레이트 막걸리 마시자!

 

월태; 아!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구마안!! 부자가 아녀도 높은 자리가 아녀도 느낄 수

         있는 이 소박한 행복!! 새댁!! 그리고 시인양반!! 난 언제나 자네들 편이고 죽는 날까지

         자네들의 행복을 지켜 볼텡게~~힘내소!!

         자네들의 행복을 지켜 볼텡게~~힘내소!!

         자! 인제 집으로들 돌아가세!!

재련,범성;어르신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월태,병만,철수; 아 우리도 사랑혀!! 감사허고!!

 

합창;제목보다 더 짧고 아름다운 시

최병준 시

 

사랑해요

감사해요

 

(손을 흔들며 이별한다)

 

합창;염소와 촌할아비2

조월태 시

 

돌아오는 길 막걸리 몇 잔에 기분 좋은 촌할아비

장터 주막에서 주모의 손목을 은근슬쩍 잡았던 손에는

미안하게 염소를 끌던 줄 대신

두툼한 비닐봉투가 들려있구나

 

며느리를 위한 새하얀 코고무신

(며느리; 아버님 고마워유~~!)

이웃 영감과 나눠 필 한 보루 청자담배

(친구; 어이 월태 담배 한 개피 좀 줘바~)

월태; 이 썩을 놈아 너도 좀 사 펴봐라! 사 펴봐! 이잉?

귀여운 손주에겐 달콤한 눈깔사탕

(손주;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주름 깊은 할멈에겐 동동구리무 한 통

(할멈; 얘 아가! 오늘 목간통 허는 날이냐~?)

(며느리; 예! 어머니 오늘 목간통 하는 날 이구먼유~~오호호호호호)

달려간다 할머니 목간통 달려가신다

 

달려간다 끌려간다

우리가 염소를 끌고 간다

염소가 우리를 끌고 간다

끌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가신다

 

-3막-

 

(불이 완전히 꺼지고 월태와 부인의 대화)

월태; 임자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염소를 팔고 나니 참 가슴 아프구만!!

        건강원에다 팔았응게 곧 흑염소 즙이 되것찌!?.

        내가 염소를 끌코 간 것인지, 염소가 나를 끌코 간 것인지? 끌려가는 것인지, 끌코가는

        것인지? 달려가는 것인지, 끌려가는 것인지? 뭣을 향해 가는 것인지, 뭣을 위해 가는

        것인지? 살면 살수록 참 묘하고 어렵구만이잉?

        낼은 고마운 염소를 위해 절에 가서 기도나 하고 올라네.

할멈; 귀신 씬나락 까먹는 소리 작작 혀!!! 아! 할 일이 산더미 같은디 가긴 또 어딜 간디야?

        또 시장통 주막에 가서 그 젊은 여시 볼라고 그러제?

월태; (놀라듯이) 아! 아녀~~~아니랑게!! 자네 오늘 동동구리무 발랐구머언~~

        우리 각시 새색시같네 그려어!! 자~~ 이리 와 보랑게!

할멈; 아이~~왜 이런다요? (좋아하며 수줍은듯한 코맹맹이 소리로)

        낼 절에 싸게 싸게 댕겨 올거지유~? (행복하게)

 

(풀벌레소리가 점점 커지며 요란한 가운데, 어두컴컴한 암자에 노승이 누워 있음. 노래시작과 함께 풀벌레소리 사라짐)

 

합창;도둑 고양이

조월태 시

 

(야옹!)

절여논 생선 한 마리 없는 암자에 숨어들어

괜한 귀뚜라미 울음소리만 훔쳐갔는지

 

문창에 비친 초가을 달빛 푸르듯 훤하고

풍경소리 따라 오동잎그림자 서성대는데

늙은 산승은 끙! 하며 돌아눕는다

(야옹!)

 

(완전히 불이 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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